디자이너도 데이터를 알아야 할까요? 디자인에 필요한 데이터, 더 나은 경험을 만드는데 척도가 되는 데이터를 알아야 효과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차치하더라도 디자이너와 밀접하게 일하는 PO(Product Owner), Growth Hacker나 마케터 모두 데이터로 새로운 기능, 제품에 대해 성과측정을 하는 상황에 디자이너 역시 데이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제품에서 오랜 기간 고객의 방문, 구매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사용성’은 상당히 상향 표준화된 상황이므로 사소한 부분까지 디자이너가 개선하기 위해서 데이터에 대한 이해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 Data-Drive UX 등장 ]
UX 디자인, UX 리서치에서는 퍼소나(Persona), IDI(In-depth Interview),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 FGI(Focus Group Interview) 등을 활용해 고객 행동을 분석합니다. 여전히 유효한 방법론이지만 제품을 출시한 이후 운영하는 단계에서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추세로 분석해서 개선하는데 활용하기에는 제한사항이 많습니다. 사용자를 관찰하는 환경의 제약, 사용자가 관찰받는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기대 행동으로 인한 차이, 표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보완할 방식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역할이 부각되는 시점부터 실리콘밸리 기업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의사결정의 준거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도입할 때에는 A/B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 집단을 2개로 구분하고 한 집단에는 A라는 기능을, 다른 집단에는 B라는 기능을 사용하도록 한 후 어떤 집단에서 더 나은 사용성, 성과를 보이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한 후 기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디자인 개편에 데이터가 준거로 쓰이면서 이제 디자이너가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하고 이를 통해 개선방향을 도출하는 것, 가설 수립을 통해 개선방향이 실제 유효한지 검증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기 보다 빠르게 시장에 출시한 후 시장 반응에 따라 제품을 개선해가는 전략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는 디자인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겁니다. 기업 규모나 상황에 따라 이러한 역할을 PO나 UX 리서처가 수행하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경향성을 생각하면 더 많은 디자이너에게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지는 건 분명합니다. 초기에는 대단한 능력이라고 여겨졌던 프로토타이핑을 생각해보세요. 이젠 UX, UI 디자이너 어느 쪽이든 프로토타이핑 도구를 활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UX 디자이너가 코딩을 하면서, 파이썬을 다루면서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런 역할은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개발자, 혹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담당하고 디자이너는 필요에 따라 요청하는 것이 업무 프로세스를 고려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디자이너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데이터를 요청해야 하는지, 데이터를 받아볼 때에는 숫자보다는 숫자의 변화가 보여주는 추세를 보며 제품 개선의 단서를 얻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제품에 특정한 문제가 없을 때에도 제품이 더 나아지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는 디자이너는 현황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서 개선할 포인트를 찾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단서가 가장 효과적인 사용자 니즈이기 때문입니다.
[ 디자인에서 데이터의 역할 ]
UX 디자이너가 새로운 기능에 대해 검증하려면 적정한 사용자를 스크리닝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 이를 토대로 UX 리서처 혹은 모더레이터가 매끄럽게 인터뷰를 진행해야 합니다. 30분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하면 UT 준비부터 리크루팅, 인터뷰, 결과 브리핑까지 고려하면 하루에 수행할 수 있는 검증 대상은 최대 5명입니다. 정성 조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유의미한 숫자이고 사용성을 검증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보완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A/B 테스트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검증하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디자인 산출물에 대해 논리적인 근거로서 유효합니다. 데이터 자체가 강력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구하는 디자인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소수를 대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UT, IDI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를 설득하는데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유용합니다. 다음은 디자이너가 데이터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오해 4가지입니다. 오해를 풀면 데이터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 디자이너가 봐야 하는 데이터는 수치로만 되어 있습니다.
- 디자이너의 역할은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해서 결과를 공유하는 일입니다.
- 디자이너가 봐야 하는 데이터에서 숫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 디자인과 관련된 의사 결정은 모두 데이터를 통해서 해야만 합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4가지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입니다. 데이터의 형태는 다양해서 사용자가 방문하는 행위 자체가 PV(Page View) 형태로 데이터가 될 수도 있고 사용자가 갖고 있는 긍정, 부정적인 인식이나 표현되는 목소리도 데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 분석에 사용하기 위해 수집되는 방문자수, 체류시간, 전환율 등의 수치와 사용자가 재방문을 하지 않는 이유, 이탈한 계기 모두 데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데이터를 보고 행동과 연결된 단서를 찾아 제품을 개선하고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 단계에서 이탈하는 사용자가 늘어났다면 어느 단계까지 입력하고 창을 닫았는지, 입력 항목 별로 나누어보고 문제가 된 입력 영역을 찾아내야 합니다. 문제가 된 입력값을 다른 방식으로 수집할 수 있는지, 아니면 수집하지 않아도 되는지 가설 기반으로 검증하고 사용자가 회원가입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데이터와 가까운 디자인입니다.
데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숫자의 변화입니다. 즉,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이 데이터의 핵심입니다. 만약 오늘 신규 가입자 숫자가 12% 감소했다고 하더라고 3주 동안 연속해서 신규 가입자 숫자가 늘어났다면 오늘 하루 12% 감소한 것은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일 신규 가입자 숫자까지 확인한 후에 원인을 파악해볼 수 있을 만큼 데이터에서 강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경향성, 즉 추세입니다.
[디자이너가 웹사이트에서 파악해야 할 8가지 데이터]
- 페이지뷰(PV, Page View)
웹사이트 특정 페이지가 사용자에게 노출된 횟수로 열람한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 순방문자수(UV, Unique View)
동일한 사용자가 여러 차례 반복해서 방문했다면 1회로 산정한 것으로 특정 기간 동안 실제로 방문한 사용자 숫자를 알 수 있습니다 - 페이지뷰와 순 방문자수 증감 추세
데이터를 통해 UX 디자인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중요한 건 한 가지 정보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여러 정보를 동시에 확인하고 그 사이의 연관성, 추세를 분석하는 겁니다. 특정 기간에 페이지뷰가 크게 늘었다면 순 방문자수가 늘었는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증감이 큰 시점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품 밖에서도 원인이 될만한 것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팀에서 쿠폰을 발급했거나 경쟁사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서 반사효과로 유입된 신규 고객이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 세션(Session)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방문해서 이탈하기까지 사이트 내에서 페이지를 열람하거나 페이지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벤트가 발생한 것을 의미합니다. 세션과 페이지뷰, 순 방문자수를 비교해서 분석하면 사이트를 방문한 사용자의 이용행태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뷰 당 세션 수’는 사용자가 한 번 사이트에 방문할 때 몇 페이지나 열람하는지, ‘순 방문자수 당 세션수’를 파악하면 사이트를 방문한 사용자의 사이트 이용 빈도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 전환율(Conversion Rate)
전환율은 사이트를 방문한 사용자 중 구매, 장바구니 담기 등 특정 행위를 한 방문자 비율을 의미합니다. 지난 편에서 소개한 AARRR 프레임워크에서 이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비율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전환율은 반드시 ‘구매’와 연관될 필요 없이 ‘회원 가입’, ‘뉴스레터 구독’, ‘비디오 재생’ 등 특정 버튼을 선택함으로써 일어나는 행위를 포괄합니다. - 이탈률(Bounce Rate)
이탈률은 한 페이지만 보고 사이트를 벗어난 방문(세션) 행위 비율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세션에서 페이지와 상호작용을 통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떠난 경우로 ‘단일 페이지 세션 비율’입니다. AARRR 퍼널에서 각 단계 별 이탈률을 낮춰야만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 종료율(Exit Rate)
종료율은 방문한 모든 페이지를 대상으로 1개 이상의 페이지를 보고 화면을 종료한 방문(세션) 행동 비율을 의미합니다. 만약 홈화면에서 종료율이 23%라고 하면 100명의 고객이 방문했을때 77명만 홈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이동했다는 의미입니다. 이탈률과 달리 종료율이 높다고 반드시 부정적인 신호는 아닙니다. 회원가입 완료 페이지에서 종료했다고 한다면 ‘회원 가입’이라는 비즈니스 목표까지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유입 경로
유입 경로는 페이지에 방문하기 직전의 상황을 의미합니다. 유입 경로를 통해서 신규 사용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접하는지 고객 접점을 확인할 수 있고 AARRR 프레임워크 마지막 단계인 Referral 수준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➊ 직접 유입(Direct)
사용자가 직접 URL을 입력하거나 즐겨찾기를 통해 접속하는 경우로 11번가, G마켓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직접 유입으로 접속할 경우에 추가 적립률, 할인상품 제공 등 고객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접 유입은 사용자가 다른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접근한다는 점 때문에 재방문율, 평균 구매금액과 유의미한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➋ 추천 유입(Referral)
다른 사이트를 통해서 접근한 경우로 추천 유입 비율을 통해 어떤 채널을 통해 자사 제품이 많이 도달하는지 거꾸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추천 유입에는 기존 회원이 신규 회원을 초대하는 방식의 ‘초대 코드’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➌ 검색 유입(Search)
구글, 네이버 등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한 후 유입되는 경우로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통해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도록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글, 네이버 모두 웹 마스터 도구를 통해 검색엔진 최적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검색 유입은 유료 광고를 통해 유입됐는지 여부에 따라 ‘유료 검색 유입(Paid Search)’과 ‘무료 검색 유입(Organic Search)’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➍ 소셜 유입(Social)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유입된 경우입니다. 자사에서 운영하는 SNS는 검색 유입이나 추천 유입과 같이 신규 고객에게 서비스를 노출하는 접점으로 제품 성격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데이터에 대해 쉽게 갖는 오해는 ‘정량적’ 데이터, 즉 숫자로 볼 수 있는 데이터만 디자인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석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디자인은 경험에 관한 인지와 이해에 대한 방식이므로 ‘정성적’ 데이터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정량적 데이터와 정석적 데이터를 균형 감각있게 살펴볼 때 디자인을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UX 디자인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휴리스틱 개념은 정성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사용 가능성 측정 척도입니다. 휴리스틱이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훑어보며 어림짐작하는 기술입니다. 휴리스틱 평가 기준은 다양하지만 아래 4가지가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휴리스틱 평가 방식 ]
- 제이콥 닐슨(Jacob Nielsen)의 10가지 사용성 휴리스틱
- 아비 코버트의 10가지 IA(Information Architecture) 휴리스틱
- 웨인쉐크(Weinschenk)와 바커(Baker)의 20가지 휴리스틱 분류
- 게르하르트-포월스(Gehardt-Powals)의 10가지 인지 엔지니어링 원칙
네 가지 휴리스틱 분류 기준의 핵심은 사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다음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정량적 조사 또는 자체 디자인 평가에서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휴리스틱 평가 기준 7가지 ]
- 가시성 – 시스템 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것
- 자연스러움 – 실제 사용하는 물리적 제품, 익숙한 단어, 개념에 따라 표현할 것
- 통제성 – 사용자가 원치 않는 상황을 겪을 때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취소할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할 것
- 일관성 – 동일한 상황을 표현할 때는 동일한 단어, 버튼을 활용하고 플랫폼에서 공통되게 사용하는 관례를 무시하지 말 것
- 적확성 – 에러가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할 것
- 회복성 – 사용자가 에러를 빠르게 인식하고 스스로 복구할 수 있도록 쉽고 명확하게 표현할 것
- 가시성 – 사용자가 기억하지 않더라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잘 보이게 만들 것
5 WHYS는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성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도요타자동차를 창업한 도요타 사키치가 개발해 자동차 제조 방법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활용했습니다
정량적 데이터 중 이탈률의 증감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추이를 분석하는 것이 비즈니스 목표 달성에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탈률이 갑자기 늘어난 시점이 있다면 어떻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이탈률은 구글 애널리틱스나 mixpanel 등 웹로그 분석 도구를 활용해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CXL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 이탈률은 평균 20~45% 수준입니다. 기본적으로 페이지 접속 후 속도가 느리면 이탈을 많이 하기 때문에 페이지 속도와 가독성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페이지 속도는 구글에서 지원하는 PageSpeed Insights에 URL을 입력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속도가 충분하게 빠른데도 이탈률이 업계 평균 수치보다 높게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휴리스틱 평가 기준에 따라 고객이 직접 사이트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사용성 평가(Usablitiy Test)를 진행해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용자는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디자이너는 이미 확보한 데이터인 ‘높은 이탈률’ 추세를 참고하여 가장 적게 선택되는 주요 기능, 예컨대 ‘검색’, ‘회원 가입’, ‘로그인’ 등의 버튼을 사용자가 쉽게 발견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때 다섯 차례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5 WHYS 방법으로 사용성에 불편을 겪는 본질적 이유를 알아내면 디자인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