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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애플리케이션은 디자인이 뛰어난 것 같지 않은데 자주 사용합니다. 조금 더 비싸도 이용하고, 조금 더 불편해도 이용할 때가 있죠.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만족감을 얻습니다. 일대일로 능력치를 비교해서 더 뛰어난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면서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많은 사용자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호감을 키우는 겁니다. 호감을 키우려면 호감을 늘릴 수 있는 요인들을 적용하고 동시에 호감을 줄일 수 있는 디자인이 없는지 점검해야 하죠. 『Don’t Make Me Think』에서 제시한 요인들을 분석해 소개합니다.

호감을 키우는 요인들

  1. 사용자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활동을 알아내서 쉽고 명확하게 바꿉니다

    사용자 중심을 모두 외치고 있지만 회원가입, 결제, 탈퇴. 이 세 가지를 이용해보면 전반적인 사용성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과 결제는 가장 많은 사용자가 하는 일이고, 탈퇴는 그중 일부만 경험할지라도 서비스 제공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사용자가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어떤 것을 가장 하고 싶어 하는지 세 가지를 확인하고 최우선 순위로 사용성을 점검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핀테크 서비스에서 계좌를 개설하면서 느낄 수 있는 서비스 사용서의 격차는 상상을 넘어섭니다. 심지어 주식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는데, 신분증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자주 쓰는 기능만 잘 작동해도 사용자의 호감을 늘릴 수 있습니다.
  1. 사용자가 들이는 수고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복잡성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테슬러의 법칙은 ‘모든 시스템에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일정 수준의 복잡성이 존재한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시스템과 사용자 중 어느 한쪽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복잡성을 감내해야 합니다. ©lawsofux

<테슬러의 법칙>을 통해 시스템에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복잡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가 들이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사용자를 대신해서 수고를 좀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했다고 해볼게요. 결제 후 제품이 출고되었다는 카카오톡 알림을 받고 메시지 속의 링크를 눌러서 접속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자동으로 로그인이 되거나, 패스워드만 입력하도록 안내한다면 훨씬 수월하겠죠. 로그인 후에는 현재 제품이 발송돼서 어디까지 갔는지 배송 상황을 바로 안내해주는 것이 효과적일 겁니다. 만약 송장 번호가 있는데 클릭해도 아무 반응이 없고, 복사해서 직접 배송 상황을 조회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플랫폼이 감당하지 않은 수고스러움은 모두 사용자가 떠안게 됩니다. 있던 호감도 사라질 겁니다.

  1. 사용자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공개합니다

호텔신라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코로나19 감염병 관련 안내와 이에 따른 시설 이용안내 페이지를 팝업창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라호텔
  1. 모두가 궁금해하지는 않아도 누군가는 궁금해할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호텔에 투숙하는 모든 고객이 몸살을 겪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몸살이나 급성 알레르기를 겪어본 사람은 필요한 약을 찾기 위해 익숙한 집에서 들이는 노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호텔 서비스 데스크에서 필요한 약을 바로 객실로 가져다준다면 어떨까요? 그 여느 때보다 호텔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될 겁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호텔을 이용하는 투숙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방법, 또는 언제든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채널을 안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도 FAQ에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FAQ로 사용자들이 자주 겪거나 가장 곤란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안내할 때

많은 경우 FAQ는 정말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서비스 공급자가 고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창구가 되곤 합니다. FAQ에서 정보가 아닌 광고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떨어집니다.

FAQ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때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인데 시의성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고객은 서비스에 대한 품질을 의심할 겁니다. 1달 전에 이미 공사를 마쳐서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데 “주차장이 공사 중이라 불편하시더라도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 안내를 보고 공영주차장을 이용한 고객이 체크인을 하기 전 지하주차장이 운영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떨까요? 호텔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겁니다. 분기 단위로 가장 자주 묻는 질문, 가장 많이 조회한 항목을 상위에 노출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사용자가 검색하는 수고스러움을 덜어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문의를 읽지 않고 복사한 답을 제공할 때

새벽배송으로 받은 제품이 비에 맞아 손상이 되자 “앞으로는 비 안맞는 안쪽에 놓아달라”고 고객이 요청했지만 동일한 문제, 동일한 답변이 반복되면서 고객 불만을 키운 사례입니다. ©WHTM

혹시 고객 서비스 담당자에게 문의를 했는데 ‘복사하기 후 붙여넣기’를 한 것 같은 답변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담당자가 내가 쓴 문의글을 제대로 읽어보기는 한 걸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게 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불만이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문의글에 대한 답변의 신뢰성은 서비스 신뢰성과 가장 예민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문의를 남기는 상황까지 다다른 고객은 실망할 요인을 갖췄기 때문인데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답변을 통해 한 개의 불만이라도 더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으면 안 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FAQ를 통해 한 번쯤 겪을 만한 불편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안내하는 방식이 호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호감이 줄어드는 요인을 소개하겠습니다.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사용성을 갖추는 것, 사용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서비스에 대해서 갖는 감정은 변동성이 큽니다.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사용했던 서비스에 대해서 어느 순간 극심한 분노를 느끼기도 하는데요. 가장 좋아했던 인물에게 어떤 계기로 크게 실망한 뒤에는 가장 적극적인 안티팬이 되는 것과 닮았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감정, 호감은 저장할 수 있는 그릇이 있어서 어느 수준까지는 호감이 찰 수 있지만, 사용자가 들인 노력과 기대에 호응하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할 때에는 그릇이 비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릇이 비었을 때 사용자는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탈퇴를, 더 심한 실망감을 경험했을 때에는 자신의 SNS에 서비스 문제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변하기도 하죠.

매달 정해둔 시간에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guemtan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판교에는 금탄이라는 식당이 있는데요. 매달 특정한 날짜, 자정부터 SNS를 통해서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금, 토요일에는 특히 예약이 어려워서 예약이 대학교 수강신청에 비유될 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8월 예약은 7월 19일 자정부터 받는다는 공지가 SNS에 올라왔는데요. 만약 이렇게 예약을 해서 8월 21일, 토요일 저녁에 식당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기다리는 한 달이란 시간은 기대감으로 부풀 겁니다. 어떤 메뉴를 가서 먹을지 고민도 하겠죠. 그런데 막상 8월 21일에 식당에 도착했더니 한 달 전에 예약한 내용이 누락된 거예요. 어수선한 상황을 겪고 한편에 자리를 마련해줬지만 이미 기분은 상했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도 큰 법이죠. 높은 곳에서 공을 떨어뜨렸을 때 반작용으로 더 높게 튀어 오르는 것과 유사합니다.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감정은 공교롭게도 기대감과 실망감이 동일한 한계치를 갖습니다. 상편에서는 <호감을 키우는 요인들>에 대해서 소개해드렸는데요. 이어서 <호감을 줄이는 요인들>을 사례와 함께 알려드릴게요. 이번에 소개해드린 요인들은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업데이트할 때에 체크리스트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호감을 줄이는 요인들

  1.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숨겨둡니다.

    통신사의 해지방어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가입하고 결제할 때는 그렇게 간단하더니 해지는 왜 이렇게 어려워?” 서비스에서 가장 흔히 숨겨두는 정보에는 고객지원센터 전화번호, 제품 배송비, 서비스 해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전화번호를 숨겨두는 이유는 전화를 가능하면 적게 하려는 목적이 있는데요. 그 목적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비용을 줄인다는 차원, 즉 서비스 공급자의 이익을 늘리려는데 있다는 것이 호감을 줄이도록 만듭니다. 전화를 하기 전에 FAQ에서 찾아보게 한다든지, 채팅 서비스를 먼저 제안한다든지, 번호를 남기면 전화를 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게 한다든지 등의 방법을 통해 사용자가 바로 행동을 하는데 의도적인 장애물을 만듭니다.
구글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Google One 요금 안내 페이지에서는 월 단위 요금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1년 단위로 결제를 하면 2개월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Google
LinkedIn은 Google One과 다르게 월 요금보다 연간 멤버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LinkedIn

두 번째로 가격을 숨겨두는 이유는 생각보다 너무 비싼 가격을 보고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것을 가능한 뒤로 미루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입력했거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서비스에서 탐색한 상태에서 사용자는 추가적인 정보탐색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 기대보다 비싼 가격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 중에 호텔이나 공항에서 무료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접속했더니 메일 계정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후 안내 페이지를 몇 차례 확인하고 난 후에야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가격을 숨겨두는 것과 유사합니다. SaaS 형태의 서비스를 가입할 때에는 요금을 1년 결제할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12개월로 나누어서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서비스를 구독할 때 요금을 한번 더 계산하도록 만들어서 가격이 마치 저렴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으로 원하는 가격 정보를 숨겨놓는 대표적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1.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귀찮게 합니다.

    <테슬러의 법칙>을 잘못 적용한 경우입니다. 전화번호, 신용카드 번호 사이에 띄어쓰기나 줄표(-)가 없다는 이유로 입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경우인데요. 사용자가 데이터를 넣을 때 어떤 형식으로 넣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띄어쓰기가 없어도, 줄표가 없어도 입력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감당하지 않은 수고스러움은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게 됩니다.
  1. 관련이 없거나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물어봅니다.

    회원가입을 할 때 생년월일, 결혼기념일, 집 전화번호를 묻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모두 선택적으로 기입하도록 해야 마땅합니다. 요즘 집에 전화기를 두고 지역번호가 붙는 회선을 유지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호감을 높이는 서비스는 오히려 극도로 단순한 정보만 요청합니다.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 설정만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그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도록 안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용자가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일단 정보를 수집해두고 결제할 때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은 고객경험 중심이 아니라 서비스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ㅍㅍㅅㅅ는 여러 주제에 대한 글을 다루는 인터넷 매거진입니다. 콘텐츠 상단과 하단, 좌우의 광고로 인해 콘텐츠 주목도가 떨어집니다. ©ㅍㅍㅅㅅ
  1.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로 도배합니다.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가장 오래된,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돈을 벌어야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를 없애야만 좋은 서비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웹페이지에서 광고를 보여줄 때에는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는데요. 콘텐츠가 되는 정보를 광고로 가려서는 안 됩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 화면의 약 30%를 가리는 광고에 대해서 불쾌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이탈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특히 광고 콘텐츠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행동, 예컨대 검색이나 콘텐츠 감상과 전혀 무관하다고 느끼면 서비스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광고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갖습니다. 즉, 고민하지 않고 할당한 광고로 인해 서비스는 물론 광고하는 제품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광고 창을 닫으려고 할 때 눌러야 하는 버튼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고, 닫기(X) 버튼 옆에 광고 페이지로 진입시키는 다른 버튼을 배치함으로써 광고를 클릭하게 만드는 행동은 가장 피해야 할 디자인입니다.

사용자 호감의 크기를 늘리는 것은 모든 브랜드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더 많은 고객의 머릿속에서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고, 더 자주 떠올리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광고 팝업창을 하나 더 띄워서 수익을 5% 늘릴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호감을 5% 잃고 수익을 5% 더 늘릴 것인지, 고객의 호감을 5% 더 얻고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늘릴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단, 사용성을 헤치면서 수익을 늘리는 방식은 지속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