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하거나 선택하거나
디자이너가 데이터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내부 고객(의사결정자)을 설득하거나, 어떤 디자인을 선택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직관에 의존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묻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개편하면 투자 대비 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 얼마나 될까요?” 디자인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인지를 다루는 작업이라면 단순히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 되고, 써 볼수록 우수함을 증명해내야 합니다. 이런 디자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불편해하는 부분을 ‘진단’하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처방’을 해야 하죠. 데이터는 ‘진단’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갑작스러운 추위로 길이 얼어 넘어졌습니다. 하필이면 전에 다쳤던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죠. 병원에 갔을 때 엑스레이를 찍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의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엑스레이부터 찍고 다시 진료를 보자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함입니다. 디자이너가 데이터를 알아내는 것은 서비스를 피사체로 엑스레이를 찍는 것과 유사합니다. 모든 디자이너가 고객을 더 이해하고 싶어하죠. 데이터는 측정하는 도구이고, 엑스레이 결과를 보고 나면 개선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확인해야 할지 정의하는 방법
디자이너가 리서치를 하는 경우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있던 것을 개선하거나, 없던 것을 새로 만들거나. 어느 쪽이든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디자이너가 리서치를 하는 두 가지 케이스
-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 – 어떤 상황에서 사용자가 이탈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 위해서 – 의도한 대로 사용자가 조작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데이터를 확인해야 할까요? 데이터를 보는 이유에 답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는 이유가 내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라면 의사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는 매출은 늘리고 비용은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매출과 비용을 분석하는데 유용한 데이터는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업종, 서비스 파워 유저에 따라 데이터에 대한 정의, 분석 주기, 우선순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업종에 상관없이 유용한 데이터, 즉 교집합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목적의식이 분명한 데이터
데이터는 숫자로서 중립적이지만 데이터를 선정하는 순간 목적성을 갖습니다. 데이터를 어떤 기간에 한정해서 살펴볼 것인지, A라는 데이터를 어떤 데이터와 연결해서 살펴볼 것인지를 결정하려면 의도가 있어야만 합니다. 지난 6개월 동안 1건이라도 상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한다고 가정할 때 각 상황에 따라 다른 데이터를 조합해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1️⃣ 멤버십 가입을 높이려는 경우 ➊ 서비스 가입 시기 ➋ 접속 횟수 ➌ 멤버십 회원 가입 시기 ➍ 평균 구매금액 ➎ 평균 체류시간 ➏ 접속 기기
2️⃣ 동일상품 재구매를 높이려는 경우 ➊ 한번에 장바구니에 담는 상품 종류 ➋ 1회 평균 구매금액 ➌ 접속 시간 ➍ 검색어 ➎ 광고 클릭 여부 (특정 이벤트 로그)
거래가 발생하는 서비스에서 확인해야 할 7가지 필수 데이터
1️⃣ 고객 세그먼트 – 신규 고객 중 멤버십 가입 고객은 얼마나 늘었어요?
2️⃣ 접속 시간 – 언제 서비스에 접속했어요?
3️⃣ 접속 횟수 – 얼마나 자주 접속했어요?
4️⃣ 체류 시간 – 접속해서 서비스를 얼마나 오래 사용했어요?
5️⃣ 클릭률 –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희 의도대로 반응했어요?
6️⃣ 전환율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입, 장바구니 담기, 결제까지 했나요?
7️⃣ 특정 이벤트 로그 – 어제 추가한 팝업으로 멤버십 가입은 얼마나 늘었어요?
1. 고객 세그먼트
고객 세그먼트는 “어떤 사용자 집단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입니다. 전체 고객과 가입 1개월 미만의 고객의 지표를 비교할 수도 있고, 유료 멤버십 고객과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을 비교할 수도 있죠. 멤버십 고객 중에서 1주일 이내에 제품을 구매한 고객과 구매하지 않은 고객,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은 고객과 담지 않은 고객과 같이 계속 렌즈를 좁혀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충성 고객, 핵심 고객, 파워 유저 속성을 정의한 후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2. 접속 시간
“사용지가 언제 서비스에 접속했는가?”를 알기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입니다. 접속 시간 분포를 이용하면 어떤 상황에서 서비스 이용을 하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접속을 했는데, 주말에는 낮 12시에 접속하는 패턴이 나타난다면 퇴근길에 서비스를 사용하는 직장인이라고 유추하고 다른 데이터를 결합하여 검증해볼 수 있습니다.
3. 접속 횟수
접속 횟수는 “얼마나 자주 접속했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자주 접속한다고 서비스에 대한 충성고객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클릭률’과 ‘전환율’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접속을 10번 하면서 6번 구매를 한 사용자와 비교하면 접속은 20번이지만 구매는 1번만 한 사용자는 서비스 입장에서 핵심 고객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접속 횟수는 접속 기기 별로 구분해서 보면 더 세부적인 분석이 가능합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웹, PC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20번 접속해서 1번만 구매한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는 3번 접속해서 1번 구매로 이어졌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체류 시간
“서비스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오래 머물수록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툰, OTT,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체류시간이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와 상관관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체류시간에 따른 전환율, 유료 멤버십 회원 비율을 살펴보면 업종 특성에 따른 상관관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체류 시간을 분석할 때에는 절대 시간보다 추세를 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매달 25일에 수치가 증가했더라도 20일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라면 20일에 어떤 이벤트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클릭률
A 클릭률은 사용자가 A 화면, 버튼, 광고를 보고 클릭하는 빈도를 비율로 나타낸 것인데 광고에서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광고는 노출을 해서 과금을 하는 방식과 클릭을 했을 때 과금을 하는 방식, 클릭 후 구매를 했을 때 과금을 내는 방식으로 나누어지는데요. 예를 들어 광고가 노출된 횟수가 100회인데 클릭은 10번 이뤄졌다면 클릭률은 10%가 됩니다. 만약 이 비율이 20%로 올랐다면 어떤 분석이 가능할까요? 현재 제공하고 있는 A 화면이 사용자에게 유용하고 매력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는 A 화면의 크기와 위치가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전체 클릭률을 이미지 크기로 나누어 살펴보면 ‘동일 면적 당 클릭수’를 통해 클릭률 순도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6. 전환율
전환율은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 중 B라는 서비스 단계까지 완료한 경우를 비율로 표시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에 접속한 100명의 고객 중 C라는 서비스를 보고 장바구니에 담은 경우는 30명, 결제까지 마친 경우는 5명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장바구니 담기라는 이벤트를 기준으로 하면 전환율은 30%, 구매를 기준으로 하면 전환율은 5%가 됩니다. 이때 웹사이트에 접속한 100명의 고객 중에서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고 창을 닫은 경우가 20명이라면 이탈률은 20%가 되겠죠. 이렇게 전환율을 볼 때에는 어떤 이벤트를 기준으로 볼 것인지 정의해야 합니다.
7. 특정 이벤트 로그
특정 이벤트 로그는 상황에 따라 분석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로그를 심어 두고 분석하는 경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탈률이 20%에서 30%로 150% 늘어난 상황에서 ‘닫기’ 버튼을 누를 때 비회원 대상으로 정기 구독 50% 할인 프로모션 화면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을 하는지, 그래서 이탈률이 얼마나 줄었는지 추이를 분석해볼 수 있겠죠. 특정 이벤트 로그는 비즈니스에서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늘리기 위한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
오프라인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프라인에서도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리테일에서는 행동과학 관점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매출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마트에 이미 정착된 머천다이징은 인접하여 놓았을 때 함께 구매할 확률이 높은 상품 구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계산대에 가까운 곳에 어떤 제품을 놓았을 때 장바구니에 담을 확률이 높을까요?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 한 손으로 들 수 있으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제품, 쇼핑으로 출출해졌을 시점에 욕구를 자극하는 물건인 경우 주효할 수 있습니다. 아래 세 가지 예시는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측정한 데이터들입니다.
주로 30달러짜리 셔츠를 파는 의류 매장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당신이 고객에게 6달러짜리 양말 한 켤레를 더 판매한다면 매출을 20퍼센트쯤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그 고객이 20달러짜리 벨트도 함께 고른다면 매상은 66퍼센트로 껑충 뛰어오를 것이다.
쇼핑하는 동안 여성 고객의 86퍼센트, 남성 고객의 72퍼센트가 가격표를 살핀다. 남성 고객들은 가격표를 무시하는 것을 곧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여성 고객들보다 훨씬 더 물건을 쉽게 선택한다. 게다가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타인의 제안을 잘 받아들이다.
다음은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생활용품 회사의 한 지점을 조사하면서 여성 고객의 평균 쇼핑 시간 내역을 산출한 것이다. - 동성 친구를 동반한 경우: 8분 15초 - 자녀들을 동반한 경우: 7분 19초 - 여성 고객 혼자인 경우: 5분 2초 남자를 동반한 경우 4분 41초
업종 특성을 고려해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
교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공통 데이터를 살펴봤다면, 이제 업 특성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는 데이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콘텐츠 비즈니스와 이커머스 비즈니스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수집하는 데이터 중 분석하는 데이터에는 의도가 있고, 비용 효율성을 따지면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중요한 데이터를 살펴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업종 특성에 따라 메인 화면에서 결제까지 이어지는 경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이커머스 서비스 – 메인 화면 > 검색 > 제품 상세 페이지 > 장바구니 > 결제
2️⃣ 콘텐츠 구독 서비스 – 메인 화면 > 무료 체험 > 콘텐츠 감상 > 유료 멤버십 업그레이드 > 결제
3️⃣ B2B 기업 솔루션 서비스 – 메인 화면 > 무료 체험 > 솔루션 문의 > 결제
콘텐츠 구도 서비스를 살펴보겠습니다. 콘텐츠를 추천해야 하는 경우는 어떤 데이터를 측정하고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콘텐츠는 개인 취향이 의사결정에 뚜렷하게 반영되는 패턴을 보입니다. 동시에 도서의 경우 베스트셀러라는 인기 콘텐츠 랭킹도 함께 보여줄 필요가 있죠. 즉, 전체 사용자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와 개인 소비패턴에 따른 맞춤형 추천을 조합해서 추천해야만 합니다.
위 표에서 구매 비중을 보면 상세페이지와 비교할 때 구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장르홈에서 개인 맞춤형 추천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서 상세페이지에서 사용자는 현재 보고 있는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소비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른 상품 추천에 대한 반응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커머스 업종이라면 각 카테고리 별 진입 페이지에서 구매 이력이나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을 기준으로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할인율이 높은 것부터 추천해준다면 반응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어디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적용한 이후에 그 결과를 비교해보는 것이 데이터를 활용한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처음에는 ‘어디에서 어떻게’를 담은 가설을 수립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봤다면, 최종 적용 전에 최초 의도대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보는 것이죠. 뼈가 부러져서 병원에 갔다고 생각해보세요. 엑스레이를 찍고 부상 부위와 정도를 확인한 후 처치를 합니다. 이후 처방에 따라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서 회복의 시간을 갖죠. 마지막엔 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손상된 부위가 사고 전과 비교해 100% 회복했는지 확인합니다.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통해 지금 의도대로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을 때
데이터가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데이터 외에 보여줄 것도 없습니다. 고객에 대한 데이터로 충분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고객이 틀렸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데이터가 답을 내지 못했다면 적어도 단서는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분석 범위, 고객 정의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의 수치로만 결과를 해석한 것은 아닌지, 추세를 보지 않고 나무만 본 것은 아닌지 다시 검증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 오류 없이 설득하거나, 선택할 확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Source
- RIDI <데이터 기반 기획하기> https://ridicorp.com/story/data-driven-planning
- 파코 언더힐 <쇼핑의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