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리뷰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때로는 가혹할 때가 있습니다. 형태와 색상, 소재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가치와 경험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디자인 리뷰는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무의미할 수 있죠. 특히 클라이언트를 만족시켜야 하는 경우,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기준을 모두 고집하면서 디자인 리뷰를 즐겁게 마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을 순수학문에 기초해 논의하는 일은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클라이언트에게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디자인 랩을 이끌고 있는 도널드 노만(Don Norman) 학장은 “일상 속 디자인(The Design of Everyday Thinking)”에서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을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요?”
디자이너는 아름다운 것, 새로운 것, 편안한 것, 단순한 것, 직관적인 것들을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고민을 반복합니다. 슬프지만 그렇게 만든 제품이 때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 때가 많죠. 특히,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주세요”라는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 레퍼런스들을 찾아보고 그것을 피해 ‘누가 보더라도 다른 것’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품, 서비스가 프랑켄슈타인처럼 나타나곤 합니다.
“우리는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위해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어떤 모습이며 어떤 모습으로 사용하는지 고려해서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또한 “논리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기억하세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균이라는 지점 아래에 있으니까요.”
돈 노만 학장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는 많지 않을 겁니다. 심리학 기제에 따라 인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두 가지 디자인 원칙을 소개합니다.
[심리학 기제에 따른 좋은 디자인]
❶ LESS IS MORE
음식점에 갔는데 메뉴판에 100가지 메뉴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뒷면에는 점심시간에 가장 많이 먹는 BEST 메뉴 10가지가 그림과 함께 있습니다. 100가지와 10가지 중 어떤 메뉴를 보는 것이 더 나을까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좋은 디자인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요소는 모두 없애고, 복잡한 프로세스는 간단하고 쉬운 과제로 나누어서 알아차리기 좋도록 분할해야 합니다. 맥가이버 칼이 유용한 경우는 일상에서 드물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❷ 가장 중요한 정보는 눈에 잘 보이는 곳
첫 번째 페이지, 첫 번째 문장에 눈길이 가장 오래 머뭅니다. 첫인상이 가진 각인 효과는 강력하니까요. 실제로 웹 화면을 보는 사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살펴보면 F 모양의 패턴이 나옵니다. 상단에 있는 정보에 시선이 가장 먼저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해서 중요한 것은 가장 먼저 노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좋은 디자인을 통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일상 속 습관이 됩니다. 치장이 있거나 너스레가 필요 없죠. 심리학은 인간의 사고, 감정, 행동 반응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학습에 드는 인지 비용이 적은 디자인이 심리학에서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라고 볼 때,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건에 비유하면 레이스가 없고 색상도 다양하지 않아서 분류가 쉬운 것이 좋은 디자인입니다. 피부에 닿으면 부드럽고 정전기 반응이 적어 먼지가 쉽게 달라붙지 않는 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도,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좋은 디자인’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틀림없는 진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으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신뢰를 갖고 사용할 수 있는 것에 좋은 디자인이 깃들어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