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는 세대 특성을 반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작년 캐릿에서 만들어 유행이 된 트렌드 능력고사에서도 신조어 테스트가 있었죠. 베이비부머 세대가 사용하는 이모티콘과 Z, 알파세대가 사용하는 줄임말에는 국경도 무색해집니다. 매일 쓰는 말과 글에는 일상이 녹아있고 그 일상에는 사고가 담겨 있습니다.
디자인과 글쓰기는 매우 닮았다며 “디자이너는 반드시 기록을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매일 글을 쓰는 것만으로 혹은 글을 매일 써야겠다는 의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의식해야 하고, 그 생각이 휘발되지 않도록 메모를 정리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소재 발굴부터 판단이라는 사고 과정, 글쓰기라는 근면함까지 모두 필요하죠. 글 한편에는 신체적 활동과 정신적 활동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현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다루는 디자인 직군에서 글쓰기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UX Writer, UX Researcher는 ‘글을 많이 읽고 쓰는’ 직군입니다. UX Writer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디지털 프로덕트에서 사용자에게 텍스트 기반의 정보를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UX Reseacher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을 관찰하면서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분류, 분석하여 개선할 점이나 새롭게 반영하면 좋을 제품 특징을 도출해내는 역할을 수행하죠. UX Writer는 개선하는 대상이 단어, 문장 등 텍스트라는 점에서, UX Researcher는 리서치 결과를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까지 내부 이해관계자에게 말과 글로 공유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글을 잘 쓰는게’ 중요합니다.
좋은 UX writing은 정량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습니다. 아마존, 페이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브랜드 가이드라인과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어 보이는 것을 정제하고 상향 평준화했다면, 최근에는 텍스트를 통해 전달되고 해석될 수 있는 경험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각적으로 사용자를 사로잡는 로고나 스플래시 화면 등이 익숙해진 후에는 결제가 실패할 때 나타나는 에러 메시지, 품절을 알리는 메시지와 같이 텍스트 기반의 자극이 사용자 경험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도 토스, 쿠팡 등 성장세가 가파른 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UX Writer나 UX Researcher 직무를 신설했습니다.
UX Writing에서는 명확하고(Clear) 유용한(Useful) 표현이 좋습니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에 따라 다른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건 브랜드가 애매모호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나이키 로고를 떠올려 보세요. 언제 어디서나 ‘도전과 확신’이라는 느낌이 들죠. 이건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이 없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기업은 상표, 슬로건 모두 혼란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회원가입 시에 나이키와 빈티지 의류를 취급하는 브랜드 ‘제이 피터팬’은 다음과 같이 다른 어조로 법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동일한 절차를 수행하면서 브랜드나 서비스가 가진 성격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➊ 나이키 Required to support the 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COPPA).
➋ 제이 피터팬 Sorry, our lawyers made us ask
아래는 UX Writing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입니다.
➊ 간결하게 쓰기 – 작은 화면을 통해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간결하고 단순하게 쓰는 것이 사용자에게 유용합니다. 예컨대 ‘정말 취소하시겠습니까?’에서 ‘정말’은 간결함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➋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쓰기 – 행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유용합니다. ‘클릭하세요’는 ‘선택하세요’, ‘가입하려면 ‘확인’ 버튼을 클릭하세요’는 ‘계속하시려면 [다음]을 눌러주세요’로 쓰는 것이 인지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➌ 브랜드 가이드라인과 맞추기 – 나이키와 제이 피터팬 사례와 같이 브랜드의 목소리로 읽을 때 자연스러운 표현이 좋습니다. 토스에서 새로 내놓은 증권을 보면 다른 금융권의 주식 거래와는 다르죠. ‘매수’ 대신 ‘구매하기’, ‘매도’는 ‘판매하기’로 바꿨습니다.
➍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기 –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쓰는 서비스입니다. 인간미를 더하는 것은 때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치트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