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갤럽, 한국리서치, 닐슨 등 국내에는 여러 조사업체가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리서치를 의뢰하죠. 과거에는 리서치를 의뢰해서 마켓 리서치, 만족도, NPS 등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방향을 확인하거나, 이미 만든 제품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지 의사결정을 하는데 활용했습니다. 이런 리서치는 아무리 짧아도 2개월 이상 걸리는 프로젝트였고, 리서치 회사는 고객사에게 리서치 결과를 최초, 중간, 최종 보고를 함으로써 ‘알아보려고 한 바’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다 2020년부터는 한국에서도 UX 리서처를 내부에 갖추는 조직이 생기면서 다른 의미의 리서치를 직접 수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쿠팡, 토스를 중심으로 UX 리서치 조직을 갖추더니 최근에는 핏펫, 요기요, 무신사, 화해, 그린랩스 등 신생 조직에서도 UX 리서치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UX 리서치를 내부에서 직접 수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피드백을 짧은 주기로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수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 더 빨리 얻기 위해서 조사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리크루팅 하고, 직접 설계한 리서치를 실행하며, 이 과정에 관련된 프로덕트 매니저,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들이 참관합니다. 만약 조사업체를 통해서 리서치를 진행한다면 어떨까요? 한 번의 리서치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을 미리 잡고 조율해서 분기별로 1회 정도 리서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모더레이팅은 조사업체가 하고 미러룸에서 가이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겁니다. 1달에 1번 UX 리서치를 진행한다면 만들려는 제품을 고객이 잘 쓸 수 있도록 바꾸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아마도 다음 분기에 만들 제품 방향성을 확인하거나, 이미 만든 제품이 잘 만든 제품이라는 확신을 얻기 위한 조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축구선수가 프리킥을 연습하면서 공을 찬 후, 공이 골대 안에 들어갔는지, 어디로 들어갔는지, 어떻게 들어갔는지 바로 볼 수 없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하루에 1,000개의 공을 차더라도 실력이 늘기 어려울 겁니다. 도대체 무엇을 교정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리킥을 차려면 공을 맞추는 발의 위치, 디딤발과 공의 간격, 공에 발을 맞춘 후의 동작 등 의식해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공이 어디로 갔는지 볼 수 없다면 도대체 내가 뭘 잘했나, 못 했나를 행동 직후에 알 수 없으니 조정할 기회를 상실합니다. 그래서 학습에서는 빠른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인하우스 UX 리서치는 빠른 피드백을 고객에게 직접 받고 교정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피드백을 받지 않고도 확신에 차서 더 빠르게 제품을 만들고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출시할 수 있다면 ‘난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잡스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래는 뛰어난 의사가 의도적으로 수련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전단 전문의는 환자를 한 번 또는 두 번 본 다음, 꽤나 난해한 증세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를 내리고, 다음 환자로 넘어갑니다. 그 의사는 환자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는 최근에 대단히 성공적인 진단 전문의를 인터뷰했는데, 그 사람은 판이하게 다른 일을 하더군요. 그는 상당한 시간을 자기 환자를 확인하는 데에 보내면서, 진단 시에 자신이 무얼 생각하는지 많은 기록을 하고, 자신이 얼마나 정확한지 나중에 확인을 하더군요. 자신이 만든 이 부차적 단계가 그를 자신의 동료들로부터 차별화하는 중요한 점입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나아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들은 특별한 테크닉을 활용하는데, 그것은 널리 알려지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지 않는 것이죠. (Source: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